<글 : 류희걸>
기양(岐陽)에 물 찼다고
고향 떠난 사람들아 !
무실 사람아 !
오백년(五百年) 세거지(世居地) 그냥 잊을래 ?


서당(書堂)골서 가재 잡고
덕수(德藪) 보(洑)에 고기 잡아
단오(端午)날 그네 뛰며 칠월엔 풋굿(草宴) 먹고
종가(宗家)집 배(梨) 따다가 이중쑤(里中藪)로 모여라
약국(藥局)밭 사과도 따오면 더욱 좋아
종호내 집에 모여 앉아 밤새우던 청년 딸래


기양에 물 찼다고
떠나버린 사람아 !
무실(務實) 사람들아 !
오백년 세거지 그냥 잊을래 ?


위희(渭熙), 윤기(潤基) 시집 갈 때
김서방, 장서방 달아매어
마뜰 형수(兄嫂) 닭 잡고
의성 숙모(叔母) 술 내왔지


모알(毛下)논 팻물대고 엄장(嚴庄)논에 보(洑)하고
큰골 횟골 무육시업(撫育施葉) 땔감도 풍족한데
금산(禁山)에 영풀(令草)베어 두레농사 우리마을
잊고 떠난 사람아 , 야속한 사람들아 !


가까스로 기양(岐陽)건져 광산록(匡山麓) 이건 하고
기도유업(岐陶遺業) 현판 걸고 종택(宗宅)도 옮겼다.


그래도 아니 올래 ?
고향 떠난 사람들아 !
무실 사람아 !
오백년(五百年) 세거지(世居地) 정말로 잊을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