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가까웠던 사이가 고소로 뒤바뀐 촬영 사건, 대화 기록으로 불송치를 받은 사례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오래 연락해 온 시청자 사이의 만남이 강제추행·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고소되었지만, 석 달치 대화가 동의를 뒷받침하여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불송치로 마무리된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 수천만 원대의 후원을 이어 온 시청자였습니다. 석 달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메시지와 음성통화를 주고받았고, 진행자가 먼저 자신의 신체가 담긴 사진과 영상을 보내올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 의뢰인은 강제추행과 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합의 위에서 이루어진 접촉과 촬영이 하루아침에 형사사건이 된 셈입니다.
Ⅱ. 사건 쟁점
이 사건의 전부는 촬영과 접촉이 상대의 뜻을 거슬러 이루어졌는지, 즉 동의의 존부에 달려 있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타인의 신체를 성적인 의미로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그 형은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입니다. 벌금형이 선고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는 이상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수강명령 같은 처분이 함께 따라붙습니다.
이렇듯 파장이 큰 죄이기에 결론은 결국 촬영 시점의 동의 여부 하나로 모입니다. 그리고 경찰조사 초기에 어떤 진술을 하고 어떤 증거를 어떻게 배열하느냐가 그 ‘동의’를 부각시킬 수도, 가려 버릴 수도 있어, 초반 대응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구조였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두 사람이 석 달간 남긴 메시지와 통화는 수백 페이지 분량이었습니다. 변호인은 그 기록 전부를 한 줄씩 뜯어보는 것으로 변론을 시작해,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네 축으로 엮어 냈습니다.
1) 사건 이후 고소인이 보인 태도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만남 뒤 고소인의 행동이었습니다. 고소인은 만남 직후부터 다시 보자는 취지로 연락을 이어 갔고, 약 2주 동안 매일 대화하며 함께 갈 식당을 손수 예약하기도 했습니다. 추행이나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에게서 나오기 어려운 반응이라는 점을,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정면으로 부각했습니다.
2) 만남 전부터 오간 자료와 대화
고소인은 만남 이전부터 자신의 신체가 담긴 사진과 영상을 스스로 여러 차례 전송했고, 의뢰인의 말에 호응하는 메시지도 주고받았습니다. 만남 당일까지 끊이지 않은 이런 흐름은 고소인이 의뢰인과의 접촉을 꺼리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결정적 정황이었습니다.
3) 당일 상황의 시간순 재구성
변호인은 만남 당일을 시간의 흐름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자리를 옮긴 것은 고소인의 형편을 배려한 제안에 고소인이 수긍한 결과였으며, 이후의 접촉에서 고소인이 거부 의사를 내비친 대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촬영 역시 의뢰인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한 뒤 고소인이 응했고, 다 찍은 영상을 약속대로 확인시켜 주자 고소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 뒤에도 지워 달라거나 언짢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4) 고소를 부른 진짜 이유
의뢰인이 방송 시청과 후원을 그만두면서 둘의 관계는 빠르게 멀어졌고, 뒤이어 고소인이 먼저 건넨 용건은 영상을 지워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요청대로 영상을 전부 삭제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실관계가 뒤틀린 채 형사사건으로 커진 과정을 변호인은 시간 순서로 풀어, 고소의 본질이 피해가 아니라 후원을 끊은 데서 비롯된 감정에 있음을 20쪽 분량 의견서로 경찰에 개진했습니다.
Ⅳ. 결과
경찰은 의견서와 증거를 살핀 뒤 강제추행과 카메라등이용촬영 두 혐의를 모두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보아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서에는 의뢰인이 찍은 영상에서 고소인의 거부나 강제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피해 진술을 빼면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한편 의뢰인은 상대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고, 그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은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는지에서 승패가 갈리므로, 경찰에 출석하기 전에 대화 기록처럼 동의를 밑받침할 자료를 빠짐없이 남기고 무엇을 어떤 순서로 낼지 설계해 두는 초기 대응이 결정적입니다.